무간도와 디파티드는 비교할게 아닌 것 같습니다.  디파티드는 단지 무간도의 스토리를 빌려와 헐리우드 액션으로 치장해 놓은 것에 불과할 뿐이죠. 디파티드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과정은 전혀 느끼질 못 했습니다. 동양영화에서 묻어나는 여백의 미를 느끼질 못했다고나 할까요.
 
자세한 인과관계 설명없이 몇개의 장면으로 함축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무간도의 진행방식은 잘 따라 한것 같습니다. 디파티드도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이미 무간도를 봐서 스토리를 알고 있음에도 탄탄한 구성은 다음 장면을 계속 궁금하게 만들더군요. 미국에서 디파티드 대박나고 있다는데 그럴만 한 것 같습니다. 저야 뭐, 무간도를 봤는지라 안보고 보신분에 비해 재미를 덜 느꼈겠지요. 아마도 서양인들이 디파티드를 보면서 흥분했던 것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된 스토리와 거기에 더해진 액션신 그리고 극 내내 관객을 자극하는 욕설이겠지요. 스콜세지 감독은 욕설이 난무하는 거친영화로 만들었더군요. 무간도의 섬세함에 푹 매료되었었던 저에게 중간중간에 조크로 나오는 심한 욕설들은 보는 내내 거슬리더군요.
 
디파티드를 보고나서 예전 추억을 다시 살려보기 위해 한번 더 무간도를 봤습니다. 무간도 1,2,3 편 모두 정말 잘 만든 영화이지만, 이 중에서도 두번 째 작품이 가장 찐합니다. 1편은, 빠른 극 전개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극이 진행중인 시간이 아닌 이전 흘러간 시간들 속의 극중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고, 2편으로 이 궁금증들을 말끔히 해소해 줍니다. 보통 속편은 망한다는데 무간도는 이러한 방법으로 2편이 대박났죠. 지금 흘러 나오는 이노래도 1편에서 잠깐 나왔지만, 2편에서는 영화 흐름의 기본적인 정서의 맥을 담고 갑니다. 아련한 연민이라고나 할까요. 연민의 대상이라하면 주인공 뿐만아니라 극 등장인물들 모두를 대상으로 한것 같습니다. 이미 이 영화의 배경은 '무간도' 지옥이니까요.

양조위가 죽는 엘리베이터 신에서 총맞고 쓰러진 엘리베이터 안의 양조위의 아련한 눈빛과 그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있는 유덕화의 고뇌의 눈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극 내내 극 전체을 아우르고 있었던 주인공들의 심리적 갈등이 절정에 오르고는 태워 없어져 버린거죠. 디파티드에서는 오히려 잭니콜슨의 비중이 더 많아 이 둘 사이의 미묘한 것들은 거의 뭐 없다고나 할까요. 있긴 있었겠지만 무간도의 영향이 커서 그런지 별로 못느꼈습니다.

스콜세지 감독이 무간도 리메이크 하면서 말했듯이 디파티드는 무간도와는 다른 영화라고 했죠. 물론 다른 영화입니다. 무간도는 동양인의 정서에 맞는 드라마틱한 스릴러라면 디파티드는 서양인의 정서에 충실한 액션 스릴러인 것 같습니다. 단지 무간도의 섬세함에 매료되 있었던 이들에게는 디파티드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별로 달갑지 않을겁니다. 드라마틱한 스릴러 답게 무간도에 나오는 노래들도 모두 잊을 수 없는 명곡들이죠. 디파티드가 원작 무간도에 대해서는 별말없이 미국에서 승승장구 하는 걸 보고있자니 정말 아쉽습니다. 홍콩 르노와르 대작인 '무간도'의 빛이 대작의 빛 반도 못살린 디파티드에 서서히 가려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무간도를 보고 디파티드를 봐서 별로 재미를 못 느겼듯이 그네들도 디파티드를 통해 찾아 본 무간도가 무간도만이 전해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들을 못느끼고  별 흥미가 없지 않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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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써머즈
    2006/12/02 0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

    솔직히 어느 정도는 '헐리우드의 리메이크는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내 영화 팬 중에서도 자기네 고전을 리메이크하는 것에 대해서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저 우리는 '디파티드'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영화가 있었다고, 더 진한 눈빛을 전해주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가 있었다고, 등장인물들이 '무간지옥'을 헤매이는 서글픈 영화가 있었다고 기억할 뿐이겠지요.

    p.s. '무간도' 시리즈를 보지 않은 미국 사람들이 디파티드에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디파티드'도 잘 만든 영화니까요. ^^

    • 지인우인
      2006/12/02 0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양인의 정서와 동양인의 정서 그 차이점이 뭘까요. 영화 두개 비교하다보니 문뜩 궁금해집니다. 물론 정서차이가 영화차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작품이 각각 감독의 성향에 따라 만들어진 다른 작품들이니까요.

      저도 디파티드 대박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만들어진 영화니까요. 윗 글의 어조가 무간도를 지극히 감싼건 제가 너무 재밌게 본 영화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

  2. 미디어몹
    2006/12/03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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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유시인
    2006/12/03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디파티드는 보지 못했지만, 무간도 시리즈의 섬세함은 역시 최고! 느와르 영화가 갖지 못했던 얊고 가는, 만지면 바스라질 거 같은 위태위태한 긴장과 감정의 선은 환상적이었죠~

    • 지인우인
      2006/12/03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얇고 가는, 만지면 바스라질 거 같은 위태위태한 긴장과 감정의 선' <== 표현 지대로십니다. 더할나위 없는 표현입니다. ^^ 느와르 영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무간도 같은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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